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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글에서는 이 책의 의도를 명확히 해둔다. 첫째, 위임과 분업이라는 관점에서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체계적인 이론을 제시하는 것. 둘째, 그것을 사용하여 구체적으로 현대일본의 행정의 실태를 설명하는 것. 셋째, 그 특징을 국제비교 데이터에 근거하면서 명확히 하는 것. 이것들이 이 책의 목표이다. 이 목표를 향하여 어떤 주제를 어떠한 구성으로 서술해 갈 것인가에 관해서도 본론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1. 행정학이라는 학문 행정학의 특징 인간도 사회도 결코 완벽하지 않으며 해결해야 할 문제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래도 객관적인 데이터를 보면 우리들의 상태는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명이 늘어나고 있으며, 건강 상태는 좋아지고 교육도 향상되고 있다(로스링 외 2019; 핑카 2019). 그리고 인류가 성취해 온 최근 2세기에 걸쳐 이룩한 진보의 대부분은 행정 활동의 성과이다. 의학이나 과학기술의 진보가 있긴 하지만, 수도를 정비하거나 위생 상태를 개선하는 것, 규제를 세워 집이나 직장의 안전을 제고하는 건 행정 활동 없이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행정학이란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부분인 행정의 활동과 체계를 명확히 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이 학문은 중요한 대상을 다룰 뿐만 아니라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학문으로서도 흥미롭다. 행정학이라는 학문의 흥미로움은 무엇보다도 그 폭이 넓은 데 있다. 그건 대상인 행정의 범위가 넓다는 데 기인한다. 쓰레기 수집이나 주민등록증 발행 등과 같이 우리들의 일상생활과 관련 있는 주변의 가까운 것부터 환경 변화를 예측하여 배출물의 규제를 시행하는 등 고도로 전문성을 요하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노인복지서비스와 생활보호 등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는 업무로부터 군대에 의한 전쟁 수행까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가스미가세키 중앙성·청, 더욱이 국제연합 등 국제기관에 이르기까지 행정의 활동 대상이나 내용, 그걸 담당하는 주체는 매우 다양하다. 하나의 학문을 통해서 이만큼 많은 문제를 다루는 것도 좀처럼 드물다. 그러나 이런 특징은 동시에 행정학이라는 학문의 약점이기도 하다. 첫째, 다양한 문제가 취급되지만, 그 상호관련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즉 체계성이 약하다. 둘째, 각각의 문제를 다루는 별도의 학문 분야가 존재하고, 행정학 나름대로의 견해와 방법, 즉 학문의 핵심이 되는 부분이 무엇인가가 명확하지 않다. 이 책의 목표 그래서 이 책에서는 과감하게 출발점에 관한 견해를 바꾸기로 하였다. 지금까지의 행정학에서는 어떠한 논의가 계속되어 왔는지를 소개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구체적으로 어떤 현실을 이해하고 싶은가 하는 점에서 출발하고자 하였다. 즉 이 책의 출발점은 현대 일본의 행정에 관한 실상이다. 그 실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의 비교, 과거와의 비교, 즉 국제비교와 시계열비교라는 두 작업이 필요하게 된다. 비교 없이 ‘일본의’, ‘현재의’ 행정의 특징을 포착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행정이 관여하는 다양한 실상의 어느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꺼내어, 그것을 어떻게 조합하고 전체상을 그려낼 것인가를 생각한다. 즉 거기에서는 이론화가 시도된다. 열쇠가 되는 것은 위임과 분업이라는 관념이다. 이 책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역할을 맡기는 것(위임) 그리고 다른 사람과 각각 서로 다른 역할을 서로 떠맡는 것(분업)에 철저히 주목한다. 위임하는 측과 위임받는 측의 관계는 본인·대리인 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분업은 통합과 반대가 된다. 따라서 본인·대리인 관계를 통한 위임의 본질, 또한 현대의 정부를 둘러싼 분업과 통합의 방법을 명확히 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라고도 바꿔 말할 수 있다. 정치와 행정 사이에, 관청의 성·청 사이에, 정부와 민간 사이에, 국가와 지방 또는 국가와 국제기관 사이에, 어떻게 위임과 분업이 시행되고 있는가? 그건 왜 그런가? 하는 질문을 통해,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것 그것이 행정학이라는 학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읽기를 마친 후, 이 세상의 속이 위임과 분업의 네트워크로서 보이게 된다면 혹은 이 사회의 문제점이 그 네트워크의 붕괴로 보이게 된다면, 이 책의 시도는 분명 성공한 것이라 하겠다. 다시 한 번 정리하면 이 책의 목표는 현대일본의 행정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와 이론의 틀을 독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즉 이 책은 사회과학적 방법을 사용하면서 현대일본의 행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까지 언제 어디에서 무엇에 관하여 어떻게 논의할 것인가는 대체로 제시된 것 같다. 남은 문제는 ‘왜’라는 질문이다. 왜 현대일본의 행정에 관하여 논의하려고 하는 것일까? 왜 독자인 당신은 그것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2. 행정학의 탄생과 발전 근대학문으로서의 행정학 우선, 행정학이 언제 어떤 배경 아래에서 탄생했는가를 되돌아보자. 그것은 행정학이 어떤 학문인가, 어떤 과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학문인가를 이해하는 데 유익하기 때문이다. 행정학을 국가 관료제에 관한 학문이라고 파악한다면 그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다. 농경의 시작에 따라 수확물의 분배와 관리를 수행하기 위하여 문자와 국가란 조직이 탄생하였다. 반대로, 국가가 존속하기 위하여 사람들을 토지에 얽어매고 잉여생산물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는 측면도 있지만, 여하튼 모든 국가는 측량 기록 징세를 시행하는 관료제를 동반한다. 그래서 예를 들면 에도시대의 도쿠가와막부를 관료 기구로 파악하고 거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특징을 발견하는 것도 가능하다(미즈타니 2004). 또한 유럽의 군주제 아래서 관료조직을 어떻게 동원할 것인가를 고찰한 학문, 특히 17세기 독일에서 탄생한 국가학에서 행정학의 기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수탈하는 존재로서의 국가는 취약하기도 하다. 사람들이 국가의 존재를 정통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국가는 존속하기 어렵다. 그래서 국가의 존재는 사람들의 공통 이익이 된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정통성을 추구한다. 외부의 적에 대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종교나 왕이라는 권위에 근거하지 않고, 사람들은 안고 있는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하는 사회계약설이 이처럼 성립한다. 사회계약설은 역사적 사실과 다른 픽션이지만, 자율적인 개인으로 구성된 사회와 정치의 존재를 양립시키는 절묘한 이론이다. 그러나 이 픽션은 현실 세계와 충돌한다. 공통 이익이란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결정하는가? 정말로 국가는 공통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는 것이 근대 정치학에 부여된 과제였다. 그 가운데 행정학은 행정 조직에 주목하여, 통치의 구체적인 활동을 명확히 하게 된다. 그로 인해 주로 앞서 서술한 마지막 질문, 국가는 공통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려고 한다. 이것이 행정학의 출발점이었다. 즉 행정학은 근대사회 안에서 국가를 자리매김하는 시도의 일부였다. 근대사회란 전통의 해체와 자율적인 개인에 의한 사회의 형성이라는 어떤 특정한 픽션을 구성원리로 하는 사회이다. 그렇다면 전통과 대체되는 새로운 ‘틀’로서의 제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그 안에서 개인은 어떠한 존재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질문을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사회학이 탄생하였다. 그와 동시에 제도를 만들고, 작동시키는 측면을 살펴보는 데서 행정학이 탄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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