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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터뷰] 제57회 사법시험 수석 천재필씨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11-20
첨부파일 조회수 71
“분쟁 당사자의 마음 어루만지는 법조인 될 것”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아픔을 겪어 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모든 수험이 장기 레이스지만 사법시험만큼 혹독하고 긴 레이스는 드물다. 정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4~5년 이상을 수험에만 매진해야 하는 것이 바로 사법시험이다.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고난과 좌절이 생기고 감정의 소용돌이가 일어날 수 있는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제57회 사법시험 수석 합격자 천재필씨는 그 모든 어려움을 경험하고 극복하며 지금 이 자리에 이르렀다. “법조인은 분쟁 당사자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의사”라며 “사람들의 마음을 성심성의껏 어루만져주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그의 꿈이 더욱 마음에 와 닿는 이유다. 법정에서 분쟁을 해결할 수밖에 없는 당사자들의 심적 고통을 헤아리는 법조인을 꿈꾸는 그의 수험생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천재필씨는 현재 한양대학교 법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냥 합격하기도 어려운 사법시험에 무려 수석으로 합격한 소감을 묻자 “제 자신이 부족한데 수석 합격이라니 많이 얼떨떨하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합격의 비결에 대해서는 “특별한 노하우나 비결이 있지는 않지만 이해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공부한 것이 주효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전했다.

합격 소감에서도 합격의 비결에 대한 대답에서도 겸손이 묻어난다. 이는 그가 수험기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어려운 순간들을 보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험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일에 대해 묻자 천씨는 “2차에서 공부방법론적인 부분을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며 “과연 합격한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 공부했는지 합격하는 공부방법은 무언인지가 늘 의문이었다”고 답했다.

법률저널에 게재된 거의 모든 합격수기를 프린트해서 보기도 하고 인터넷 카페의 합격수기나 조언들도 수시로 참고했다. 그는 “지나치게 불안해하다보니 공부에 저만의 중심이 없었고 나름대로 공부한다고 한 것들이 전혀 모아지지 않았다”고 당시의 고충에 대해 전했다.

결국 이 때의 시행착오는 재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천씨는 2013년 2월 말 재시를 약 4개월 정도 앞두고 ‘난 여태까지 공부가 제대로 안 돼 있으니 이미 재시는 떨어지겠다’는 심정으로 공부를 손에서 놓고 말았다.

그는 “시험을 앞둔 사람이 가장 중요한 기간에 공부를 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그냥 놀면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지만 이미 마음이 죽어버린 상태여서 어떻게 할 도리가 전혀 없었다”며 “절망적인 자괴감과 자기부정만이 남아있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재시에 응시는 했지만 초시와 다를 바 없는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고 자신의 못남을 처절하게 인정하며 뜨거운 눈물을 쏟아야 했다.

이런 고난들을 겪은 천씨가 제시하는 ‘합격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믿음’과 ‘간절함’이다. ‘내가 지금은 이렇게 헤매고 잘 못하고 있지만 결국엔 해낼 것이고 해낼 수 있다는 믿음’과 ‘하루에도 몇 번씩 흔들리는 믿음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자신의 안에 있는 더 큰 힘, 자신은 잘 모르지만 엄연히 작용하고 있는 섭리에게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이롭게 하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간절함’을 통해 그는 수험생활을 견뎠고 수석 합격의 영광까지 거머쥐게 됐다.

모든 과목이 ‘큰 산’이었다는 그, 다른 누구보다 고뇌하고 방황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간 그의 공부 방법에 대해 자세히 물어봤다.

먼저 1차시험의 경우 연도별 기출문제를 시간을 재서 실전처럼 반복적으로 풀었다. 진도별 기출문제도 당연히 풀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실전에서 객관식 정답을 맞히는 본능적인 감각을 끌어올리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진도별 기출문제를 풀었을 때는 맞았던 문제인데 연도별로 시간을 재서 풀 때는 아리송하거나 ‘내가 이 부분을 잘 모르고 있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두꺼운 책을 정리하려고 애쓰기보다 OX형이나 기출문제집 등을 통해 문제를 자주 접하고 풀어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문제를 풀어내는 시험’이라는 객관식의 특징을 반영한 조언이다.

마무리 일주일 전략으로는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그는 “특별한 마무리 전략은 없었다”며 “그 동안 봤던 것들을 정리하고 헷갈리거나 약한 부분을 마지막까지 보완하고자 애썼다”고 자신의 마무리 방법을 소개했다.

2차시험에 대해서는 수석합격의 비결로 꼽았던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해가 돼야 사례문제에 ‘적용’을 ‘정확’하게 할 수 있고 그 적용을 답안지에 현출한다면 고득점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순환 여부에 관계없이 각 과목의 쟁점에 대한 이해를 가장 중점에 두고 공부했다. 실전에서는 결국 처음 보는 문제들이 나올 것이고 출제교수가 의도한 만큼 해당 문제에 원활하게 접근하려면 각 쟁점에 대한 이해가 최우선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천씨는 “이해가 잘 안되고 뭔가 막히는 것은 다른 수험서나 교수저 기타 책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거나 대법원 판례를 검색해 원문을 읽기도 하면서 막힌 느낌이 드는 부분을 해소하려고 많이 노력했다”며 “그래서 어느 정도 주관적으로 이해가 됐다는 느낌이 들면 마음의 안도가 찾아왔다”고 전했다.

2차시험에서 그의 전략과목은 형법이었다. 그는 시험장에서 쓰일 이론의 압축적인 정리와 기출사례의 반복 학습이 중요하다고 봤다. 답안지에 서술할 때도 ‘학·판·검’의 전형적인 서술을 보다 압축적으로 짧게 제시하고 사안에 주어진 정보들과 문구를 활용해 답안지를 작성할 것을 조언했다.

2차 마무리 한 달에 대해서는 ‘페이스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체력과 정신이 이미 많이 고갈된 상태이므로 공부량을 늘리려고 지나치게 욕심을 내다가 자신의 기대에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 마음이 아예 무너질 수 있다는 것.

천씨는 “평소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이상적인 수험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공부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다른 사람들도 나와 똑같이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극도로 불안해하는 자기 자신을 잘 다독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답안 작성에 대해서는 ‘서술 태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채점자가 답안지에서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수험생이 자신이 습득한 법지식을 내가 낸 이 사안에 과연 어떻게 적용하고자 했는가’라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제가 아는 게 이만큼이나 됩니다’라는 서술 태도보다는 ‘제가 이 문제를 이렇게 풀었어요’라는 자세를 지니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험에 있어서 공부 방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스트레스 해소와 체력관리 등을 통해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리라. 천씨의 경우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는 “수험으로 인해 마음이 너무 답답하거나 힘들 땐 혼자 모든 것을 다 이겨내려 하지 말고 주변의 좋은 동료와 힘든 점을 서로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많이 해소될 수 있다”고 전했다. 체력관리 측면에서는 따로 시간을 내 집중적인 운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식사를 하고 너무 배가 부르면 산책을 하는 정도로 체력을 관리했다.

스스로의 바닥을 보는 순간을 겪고 뜨거운 눈물을 쏟았던 그이기에 같은 꿈을 꾸며 공부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누구보다 많았다.

천씨는 “저에게 특별한 저만의 비법이 있었던 게 아니고 평범한 수험생으로서 해결되지 않을 것만 같던 수많은 고민들로 많이 힘겨워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수험생들에게 지나친 ‘채찍질’보다 ‘진심어린 위로의 말 한 마디’를 스스로에게 건낼 것을 권했다. 죽을 것 같이 힘든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인정하라는 것이다.

이어 “지금까지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겪었어도 오직 단 한 번의 싸움만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그것으로 성공”이라며 “지나간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그것은 현재, 내가 시험에 합격하겠다는 굳은 확신을 절대로 흔들지 못한다고 믿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깊은 확신과 자신에 대한 긍정, 몇 번을 흔들리더라도 결국 다시 돌아오는 것, 그런 힘이 모두의 내면에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천씨는 “우리는 지금까지 사법시험이 얼마나 붙기 어렵고 힘든 것인지 너무 많이 들었고 이를 통해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먹기 전에 ‘두려움’을 먼저 배운 셈”이라며 “어떤 어려움도 본질적으로 나를 해할 수는 없다는 굳은 믿음과 확신으로 좋은 결실을 맺길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절절하고 뜨거운 응원을 전했다.

사법시험 존치 여부에 대해서는 “존치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법조인은 누구나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이고 어떤 선발 방식을 취하던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천씨는 “경쟁 속에서 제한된 인원을 선발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공정성이고 사법시험에 의한 법조인 선발은 가장 공정한 기준”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사법시험 수석 합격에 이르기까지 그와 함께 어려움을 나누고 응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사랑으로 저를 기다려주신 부모님, 끝까지 응원해준 동생,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할머니와 가족들, 공부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해 주신 한양대학교 사법고시반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한 명이라도 뺄 수 없는, 저를 도와줬던 동료를 포함한 제 주변의 수많은 분들의 이름을 여기에 미처 모두 다 적지 못함이 죄송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진실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출처] 법률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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