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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중대재해는 왜 반복되는가
김명준 l 박영사
25,650원  정가 27,000  (-1,350원 할인)
428 쪽 ㅣ 2026년 08월 10일
1705143
256 원
1,500원 추가 스프링분철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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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발행 2026. 8. 10


[서문(Preface)] : 당신은 손님인가, 주인인가?


- 6(발주)과 9(도급)의 경계에서 기록한 69가지 성찰 -




강의 현장에서 교육 참가자들이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우리는 발주자입니까, 도급인입니까?”




저자에게 이 질문은 단순한 법률적 구분을 넘어, “당신은 안전의 구경꾼인가, 아니면 책임지는 주인인가?”라는 물음으로 들린다.


민법상 ‘발주’는 흔히 식당의 손님과 비유된다. 손님은 음식이라는 결과물에 비용을 지불할 뿐, 조리 과정 자체를 지배하거나 관리하지 않는다. 주방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일반 소비자에게 그 책임을 직접 묻지는 않는다.


많은 기업은 바로 이 논리를 산업현장에도 그대로 적용하려 한다. 자신들은 단지 결과물을 주문한 ‘발주자’일 뿐이며, 현장의 위험과 작업 과정은 도급업체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숫자 6, 즉 예산과 권한을 가진 위치에 두면서도, 정작 현장에서 벌어지는 9의 고통과 위험에는 선을 긋고자 한다.


그러나 중처법 이후 사법부가 바라보는 시선은 이전과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거대 로펌들은 여전히 경영자들에게 말한다.




“실질적으로 개입하지 말고, 서류상 발주자의 위치를 유지하십시오.”




하지만 저자가 KOSHA-MS 인증심사와 다양한 산업현장 강의에서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사고 이후 법정에서 반복되는 항변은 늘 비슷했다.




“우리는 단지 제품을 만드는 회사일 뿐, 건설이나 현장 작업의 전문가는 아닙니다.”




그러나 저자는 늘 다시 질문하게 된다.




“토목·건축·기계·화공·보건 등 각 분야의 전문가 조직을 상시 운영하는 기업이 과연 일반 소비자와 같은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는가?”


전문 조직과 기술 인력, 예산과 결정 권한을 가진 상태에서 평소에는 지배력을 행사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그것은 현장의 문제였다”고 선을 긋는 태도는 더 이상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사법부 역시 이제는 형식적 계약 관계보다 ‘실질적 지배력’과 ‘실질적 영향력’을 중심으로 책임을 판단하기 시작했다. 항만공사 판결을 비롯한 여러 중대재해 판례들이 보여주듯, 사고의 본질은 단순한 계약 명칭보다 누가 실제로 현장을 지배·관리하고 있었는가에 있다.


이 책에 담긴 수많은 사례들 또한 결국 ‘뒷짐 진 6’과 ‘위험을 감당한 9’ 사이의 어긋난 구조에서 비롯되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법률 조항만을 해설하려 하지 않았다. 차가운 판결문 뒤에 숨겨진 현장의 숨소리, 그리고 로스쿨의 직선적 이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산업현장의 복잡한 곡선을 함께 들여다보고자 했다.


본문에 담긴 69가지 기록은 단순한 판례 요약이나 법률 해설이 아니다. 그것은 원청의 결정 하나가 어떻게 현장의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반대로 위험을 키우기도 하는지를 추적한 기록이며, 경영자와 관리책임자들이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 안전문화의 방향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또한 이 책은 보편적 법령 해석만을 다루지 않는다. 정책 연구와 법학적 성찰, 그리고 오랜 시간 현장을 경험하며 마주한 저자의 주관적 통찰이 함께 녹아 있다. 따라서 일부 견해는 학문적 논의와 실무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제언의 성격을 가진다.




저자는 바란다. 


이 기록들이 6과 9가 서로를 억누르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받쳐주는 하나의 원으로 연결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묻고 싶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일터에서 여전히 손님으로 남아 있는가. 


아니면 사람의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저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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