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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협상론
서순복, 정용환 l 박영사
16,150원  정가 17,000  (-850원 할인)
224 쪽 ㅣ 2023년 04월 15일
1708992
161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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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사람이 사는 사회에 분쟁과 갈등이 없을 수가 없다. 갈등과 분쟁이 없으면 좋겠지만, 인간 사회에는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가치관의 차이가 있으며, 사실의 존부나 그 해석에 대한 차이 등등의 이유로 갈등이 존재하게 된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분쟁과 갈등은 있어 왔다. 갈등은 가정에서도, 조직사회에서도, 국가 간에도 발생한다.


게임에 빠진 자녀에게 하루 30분만 하면 원하는 것을 해준다고 인센티브를 줄 수도 있고, 공부하라고 닦달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만 학교 성적을 어느 정도 올리면 자녀가 원하는 것을 해준다고 하기도 한다. 이른바 협상이다. 집안에서 부부가 가사분담을 두고 협상하기도 한다. 주말에 나들이를 갈 때 행선지를 정하고 맛집을 정할 때 서로의 선호와 기호가 달라 기분 좋게 놀러 가려다 다투기도 하는데 여기에도 배려와 설득과 협상이 필요하다. 영업사원과 고객 간의 거래에도, 회사와 회사관계뿐만 아니라, 조직 내에서도 부서 간의 업무 제휴관계에도 협상이 필요하다. 연봉협상은 개인과 조직 간에 이뤄지고, 노사협상은 근로자측과 사용자측 간에 이뤄진다. 원천기술 보유회사와 기술도입을 추진하는 회사 간에 로열티 협상이 이뤄지기도 한다. 협상은 국가 간에 이뤄지기도 한다. 한미 FTA협상, 북핵협상 등은 국가 간에 이뤄지는 협상이다.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람이었다고 말한 시인도 있지만, 세상의 8할은 협상이라고 할 수 있다. 허브 코웬이 <협상의 법칙>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거대한 협상 테이블일지도 모른다. 협상 과정을 거치면서 주고 받고 밀고 당기고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면서 상호 간의 현안문제를 풀어간다. 협상은 일방적인 승자(winner)와 패자(loser)가 아닌 윈-윈(win-win)을 가져다 준다. 사람은 어떻게 보면 ‘협상하는 동물’이라고 할 수도 있다. 개는 뼈다귀를 가지고 다른 개하고 싸울 수는 있어도, 자기들끼리 가진 것을 흥정하거나 교환하지는 못한다. 인간만이 교환을 전제로 한 협상이 가능하다. 사람은 어찌 보면 매일 협상을 하고 살아간다고 할 수도 있다.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많은 협상을 하면서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협상은 협잡이 아니다. 협상은 예술이다. 국민에게 희망을 선물하는 정치는 답답한 정쟁 대립을 초월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예술이 될 때 실현될 것이다. 협상을 통해 쌍방 당사자가 모두 승리자로 될 수 있다. 


협상은 의사소통과 양보라는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의사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은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대화이고, 양보는 협상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협상은 상충되는 이해관계에 대해 상대방과 자신이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mutually acceptable agreement)에 도달하기 위해 소통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협상은 심리적 대결과정이다. 협상에는 심리적 요소가 개입되기 때문에, 관련 당사자에 따라 협상의 내용이 많이 다르고, 인간의 본성처럼 협상의 과정은 매우 미묘하다. 협상에서는 정보의 교환이 이루어진다. 협상과정에서 당사자 쌍방의 요구사항, 주장하는 사실관계, 증거관계 등에 관한 정보 교환이 있게 된다. 협상은 어찌보면 논쟁을 통한 설득이다. 논리적 분석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자신의 견해를 설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협상은 역동적인 상호반응 과정이다. 그리고 협상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과정이다.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분배적 협상은, 협상의 쟁점 그 자체에 집중하는 협상으로 상대방을 적으로 보기 때문에 쌍방에게 모두 이득이 되는 결론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통합적 협상은 당사자가 취하는 입장 뒤에 숨어있는 이해관계(interests)에 초점을 맞추는 협상으로, 입장 뒤에 숨어있는 이익을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쟁점에 관하여 협상하기에 쌍방 모두 윈-윈할 수 있다. 


1962년 쿠바의 미사일 위기 때 구 소련이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을 미국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쿠바에 핵미사일 발사대를 설치하자, 당시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대 제거를 위해 쿠바를 직접 공격하겠다고 하면서 제3차 세계대전 일촉즉발 위기에 처했을 때, 그 위기의 순간에 케네디와 후루시초프는 극적인 협상을 통해 사태를 마무리 지어 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는 협상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 실생활에서 접하게 될 협상에서 순발력과 직관만으로 임하기에는 협상의 의미와 중요성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협상에서 지키면 바람직한 나름대로의 협상의 원칙을 본서에서는 제시할 것이다. 물론 원칙협상에서 협상자들은 신뢰에 바탕을 둔 쌍방의 우호적인 관계를 확립하기 위한 노력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굳이 먼 나라의 예를 들 것도 없다, 고려시대 탁월한 협상가인 서희의 외교담판을 들어보자. 993년에 거란 장수 소손녕은 대군을 이끌고 고려에 쳐들어와 평양 이북의 땅을 요구하였다. 당시 조정에서는 땅을 내주고 화친하자는 주장이 우세하였으나, 당시 송나라 거란 여진 고려의 국제관계를 파악한 서희는 적진으로 가서 담판을 하였다. 거란(요)이 송나라와 전쟁 중인데, 송과 친한 고려가 거란을 배후에서 공격한다면 낭패였다. 서희는 거란이 고려를 침략한 진짜 이유는 겉으로는 평양 이북 땅을 내놓으라고 주장(position)하였으나 진짜 숨은 이유(interests)는 송나라와 전쟁시 고려가 거란의 배후를 공격하지 말라는 것을 간파하였다. 협상을 통해 송을 위한 출병은 하지 않겠다는 확신을 심어준 대신, 추가적인 협상전술을 통해 고려 조정 내 친송파를 설득하기 위한 선물로 옛 고구려 영토인 강동6주를 돌려받게 되었다. 경기도 이천에는 우리나라 최고 협상전술가인 서희 테마파크를 조성 운영 중에 있다. 이렇게 협상은 양 당사자가 서로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가진 어느 쟁점에 대하여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소통하는 과정이다. 협상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주장 이면에서 숨은 진짜 이유, 왜 그것을 원하는지, 그것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이익과 필요를 파악하는 


청계천 복원사업과 같은 공공정책을 둘러싼 갈등에서 서민의 생존권과 자연환경복원·역사문화복원·경제활성화 명분과 충돌하였다. 청계고가 및 복개도로가 건설된 지 3~40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뤄진 청계천 복원 사업에서 서울특별시와 청계천 상인 간 갈등 상황에서는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를 대비한 플랜 B도 준비하여 협상을 마무리하였다. 


1차 한일어업협상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자료(data) 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하여 엄청난 손실을 초래하여, 결국 재협상을 하였다. 협상에 임함에 있어 자료와 같은 과학적 근거와 유사 사례 참조와 논리적 근거를 토대로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지 시사점을 주었다. 이하 협상의 원칙에서 자세히 다루어 독자들의 협상실무 역량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자 한다. 


본서의 구성은 제1장에서 기본적인 협상의 이해와 ADR의 역사를 포함하여 전체를 조망하고, 제2장에서는 협상의 원칙을 소개하였다. 제3장에서는 협상진행단계별로 나누어 협상원칙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살펴보고, 마지막 제4장에서는 협상연습을 다루었다. 본서는 협상의 실제연습과 훈련을 특히 강조하였고, 이를 위하여 제2장과 3장에 협상연습을 붙여 두었다. 그리고, 제4장에서도 3개의 협상연습문제를 다루었다. 책에서 다루는 협상연습은 우리 실생활에서 다룰 정도의 갈등상황을 위주로 만들었으므로, 실제 협상을 가정하여 훈련하기를 기대한다. 


1993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The Asia Foundation의 후원으로 Thompson 변호사 등을 초청하여 특강을 하고, 사법연수원에서도 특강을 한 것이 우리나라 ADR 도입의 시발이 되었다. 행정학계에서도 ADR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1996년 한국행정학회 동계세미나에서 기획논문을 발표할 기회가 주어져 ADR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벌써 30여 년이 다 되어간다. 그 때는 박사과정 학생신분이었으나,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2005년에 ?거버넌스 상황에서 갈등관리를 위한 대체적 분쟁해결제도? 저서를 아산사회복지재단의 후원으로 집필하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처음 ADR 교재를 집필하는 행운이 주어지고 대학에서 협상론을 강의해온 경험이 이번 책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미국 대학에서 ADR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미국 현지에서 조정 관련 실무 경험을 다양하게 쌓고, 외국 대학에서 협상론을 강의해 온 협상 전문가인 정용환 교수를 만나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 본서는 주로 정용환 교수의 탁월한 연구역량을 토대로 저술된 것임을 밝힌다.  


탈고를 하고 보니 미흡한 점들이 눈에 띤다. 협상론 분야의 연구를 보다 강화하라는 명령으로 알고자 한다. 오늘의 부끄러움은 훗날 보다 완성된 연구로 대체하고자 한다. 




2023년 5월


서순복(조선대학교), 정용환(인도 진달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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