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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토지경제학
이정전 l 박영사
35,150원  정가 37,000  (-1,850원 할인)
748 쪽 ㅣ 2024년 09월 25일
1709410
351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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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1988년 『토지경제론』이라는 이름으로 이 책이 처음 세상에 나왔으니 이제 36년이 되었다. 그 이후 시대가 지남에 따라 토지이용 양태와 국가의 토지정책이 여러 차례의 변천을 겪음에 따라 이 책도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이전의 개정판이 2015년에 나왔으므로, 이 책은 그 이후 2024년까지의 토지이용 양태와 토지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70, 80년대 고도성장기 이후 우리나라 국토이용 정책 및 제도가 큰 굴곡을 겪게 되는데, 그 중요한 계기로 1998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 금융시장 붕괴에 이은 세계 경제위기를 꼽지 않을 수 없다. IMF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의 개방과 규제 완화는 토지 및 부동산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그중의 하나가 토지 및 부동산에 대한 간접투자의 활성화와 이를 바탕으로 한 파생금융상품의 보급이다. 토지나 부동산의 최대 약점으로 늘 환금성 부족이 꼽혔지만, 간접투자와 파생금융상품의 활성화가 이 약점을 가볍게 해주었다. 이 결과 흩어진 소규모 목돈이 토지 및 부동산을 매개로 큰 규모의 자본으로 집중되면서 부동산시장과 자본시장이 더 긴밀하게 통합되어 왔다. 규모가 커지고 집중될수록 자본의 위력은 더 커진다. 그만큼 투자의 위험도 커진다.

어떻든 이제는 경제학의 전통적인 수요-공급의 틀만으로 토지 및 부동산시장의 내부만 들여다보는 것은 별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2008년 미국 금융시장의 붕괴를 경제학자들이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를 웅변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제는 토지 및 부동산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 특히 자본의 운동법칙의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 자본의 흐름은 단순한 경제 논리에 따르지 않기 때문에 토지 및 부동산의 문제를 이해함에 있어서도 경제논리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아마도 앞으로는 더욱더 그럴 것이다. 전면개정판을 내면서 바로 이런 점을 좀 더 강하게 부각시켜 보려고 노력하였다.

사실, 70, 80년대 고도성장기 이후 우리나라의 토지 및 부동산시장 그 자체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IMF 외환위기 이전에는 부동산가격이 줄곧 상승세를 탔던 반면 2000년대, 특히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에는 부동산가격의 하락내지는 답보가 계속되고 있다. 어떤 전문가는 부동산가격 하락이 대세를 이루는 시대(대세 하락기)가 왔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경기를 살리기 위해서 온갖 정책을 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그 약발이 나

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대세 하락기라는 말이 잘 맞는 것 같다. 최근 부동산시장에 구매자들이 몰리면서 거래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거래가 활발할 때는 으레 가격도 크게 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거래가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가격의 상승은 소폭에 그쳤다. 이런 현상도 전에 볼 수 없었던 일이다. 부동산시장이 상승세를 탈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두고 볼 일이다.

결국 지난 반세기 우리는 부동산시장 과열과 극심한 침체를 모두 겪었으니 온탕과 냉탕을 모두 경험한 셈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침체기에는 과열기와 정반대의 문제가 발생할 것 같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예를 들어서, 부동산가격 상승기에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는 문제가 있었다면, 대세 하락기에는 그런 일이 없어야 마땅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대세 하락기에도 전대미문의 전세대란이 터졌다. 가계부채 문제만 해도 그렇다. 부동산가격 상승기에는 부동산을 담보로 한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다면, 대세 하락기에는 당연히 그런 가계대출이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제학자들을 비롯하여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할 정도로 오히려 가계부채가 한때 급격히 늘어났다. 어떻든 이런 부동산시장의 변모도 자세히 뜯어보아야 한다.

근래 피케티(Thomas Piketty)의 『21세기 자본』이 학계와 경제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책은 자본주의 사회, 특히 빠른 소득수준 향상을 이루어온 선진국에서 빈부격차가 날로 심해지는 현상에 초점을 맞추고 그 원인을 파헤쳐본 역작이다. 피케티에 의하면, 한 나라 경제의 자본 총량(정확하게 말하면, 국민소득대비 국민자본의 비율)의 증가가 빈부격차의 급격한 확대 경향을 설명하는 주된 요인이라고 보았다. 그 자본 총량 중에서 비농업용 토지의 가치 및 부동산 가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비농업용 토지 및 부동산 가치의 증가가 오늘날 선진국이나 우리나라 빈부격차의 한 원인인 셈이다. 사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열었던 초기의 경제학자(고전학파)들은 토지에 귀속되는 소득이 자본주의 경제에서 빈부격차를 확대하는 주된 원인이라고 보았다.

근래 우리나라에서도 소득 불평등이나 빈부격차의 확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것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수없이 많이 나왔다. 2014년 말 국제경제학회와 2015년 2월 한국경제학회의 학술대회에서도 소득 불평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소득 불평등의 문제를 외면한 채 국토의 효율적 이용만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빈부격차나 소득 불평등의 차원에서도 국토이용 문제와 부동산 문제를 심도 있게 살펴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이 전면개정판에서도 소득 불평등의 문제를 좀 더 깊게 살펴보려고 노력하였다.

그동안 부동산시장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제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에 따라 여러 차례 개정이 거듭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그 오랜 세월 이 책의 출간을 맡아준 박영사에 감사드린다. 이 책의 개정을 채근해 주신 조성호 이사님께도 감사드리고 그동안 이 책의 편집을 맡아주신 탁종민 과장님과 관계자 여러분께도 고마움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더불어 부동산 관련 최신 자료들을 보내주신 토지주택연구원의 김미숙 박사에게도 고마움의 뜻을 전하고 싶다.

2024년 8월

지은이 이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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