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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10년 만에 쓴 “민법 사례집”
2015년부터 햇수로 10년째 강의를 해오며 ‘민사법 교재’만 총 20종류를 썼지만 유독 ‘사례집(事例集)’만은 미뤄두고 있었는데, 2024년에 이르러 마침내 민법 사례집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2019년부터 내오던 변호사시험·모의시험의 ‘사례형 기출해설서’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해왔지만, 출제된 문제를 그대로 모은 기출문제의 특성상 민사법을 수학하는 학생이 ‘민사법 실력과 체계’를 차분히 완성하도록 도와주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습니다. 민법 사례집이 늦어진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강의와 교재 작업이 많아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돌아보니 2023년 한 해 동안 제가 집필한 교재는 20권이었고, 저의 강의 총시간은 1,200시간이 훨씬 넘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꼭 써야 한다고 마음먹었으면 우선순위로 했을 테니, 둘째 이유가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둘째는 ‘수험 사례집은 이러해야 한다’는 기준이 너무 높았기에 작업량이 많아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제가 공부하던 시절부터 20년 넘은 고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법학 공부, 법학 수험에 있어 ‘사례집’은 명확한 역할이 있습니다. 학습자도 사례집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순기능으로, 때론 역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험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훌륭한 사례집은 많이 봤지만, 제가 원하는 기준을 만족시키는 사례집은 보지 못했습니다.
학습을 하면 학습자의 ‘실력’을 실제로 올려주고, 응시생의 ‘점수’를 실제로 높여주는, 그런 사례집을 2024년에 낼 수 있게 되어 무한히 기쁩니다. 까다로웠던 그러한 조건들이 무엇인지, 다음 항에서 본서만의 특징을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본서 「로스쿨 민법 사례형의 정석」만의 특징
첫째, 새로 도입된 CBT 방식의 1행당 글자 수까지 고려하여 최상위권의 ‘답안지’를 작성하는 관점으로 해설을 썼습니다.
사례집은 기본서 학습 내용을 가지고 주어진 ‘사례문제’의 물음에 어떻게 ‘답변’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교재입니다. 시험은 모두에게 동일 ‘시간’, 동일 ‘분량’으로 한정시킨 상태에서 가장 좋은 답안을 작성한 사람을 찾는 시스템입니다. 친구와 마주 앉아 민법 과목의 심오한 이론 세계를 밤새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시험에서 꼭 고득점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어진 시간과 배점에 맞게 답안으로 바로 가져갈 수 없는 사례집은 또 하나의 기본서에 불과합니다. 그런 사례집이라면 학습자 스스로 실전 답안에 구현 가능한 내용만 다시 요약하는 작업을 추가로 해야 하는데, 수험 현실상 불가능합니다. 본서는 ‘현실적’입니다. 교과서를 그대로 옮기려 하지 않았고, 응시생이 실제 시험장에서 답안지에 구현할 수 있는 내용만 담았습니다. 그러나 본서는 또한 ‘이상적’입니다. 실제 본서와 똑같이 작성할 수 있는 응시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현실 답안지’를 익히게 하는 것은 사례형 답안을 고민하는 학습자에게 가장 좋은 효과를 낼 것입니다(CBT의 1행당 글자 수 반영은 본문 제4쪽 각주 3번을 참고 바랍니다).
둘째, 중요한 최신판례를 거의 모두 사례문제로 새롭게 제작하여 선제적으로 변호사시험을 대비할 수 있게 했습니다.
본서에서는 과거 ‘법학과’에서 묻던 방식의 고전 사례문제(이중매매와 각 책임 경합, 태아와 불법행위·상속 등)도 현재적 가치가 여전하다면 빠짐없이 담았지만, 대부분의 사례문제들이 계속 반복하고 있는 과거의 방식에 머물지 않고 2020년 이후의 중요한 대법원 판례를 거의 모두 문제로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수탁자의 부동산 처분과 신탁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 및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을 함께 물었고(2021년, 2022년 판례), 지상건물의 소유·점유나 매매관계를 5가지 경우로 나누어 부지의 부당이득반환의무자를 물었으며(기존 판례들과 2022년 판례의 비교·종합), 점유자의 소유자에 대한 점유회수의 소를 일반적 경우와 ‘상호침탈’인 경우로 나누어 물었습니다(각 2021년, 2023년 판례). 그 외 2020년 이후 2023년 상반기까지 선고된 대법원 판례만 60개(쟁점의 수로는 80개 이상)를 사례문제로 새롭게 구성하였습니다. 최신판례에 대한 선제적 사례 학습은 실제로 그 후의 법전협 모의시험, 변호사시험에 동일하거나 유사하게 출제되어 크게 도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상의 사례집은 대체로 최신판례를 새롭게 문제화하는 업데이트가 늦지만 특별한 노력으로 본서에 문제화하였으니 꼭 실전처럼 풀어보는 경험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셋째, 1,000개에 육박하는 내용 ‘각주’에는 수험생들이 ‘실전’에서 답안을 작성할 때 ‘실제로’ 느끼는 모든 고민을 담았습니다.
설문을 해결함에 있어 반드시 써야 할 판례와 쓸 필요가 없거나 쓰면 안 되는 판례를 구별하고 있는지, 절대 빠뜨리면 안 되는 법조문은 무엇인지, 두 쟁점의 서술 순서가 중요한지, 배점이 적다면 1순위로 써야 할 쟁점은 무엇인지, 떠올린 쟁점보다 배점이 많다면 필요한 쟁점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손해배상을 물었는데 계약이행책임을 쓰거나 부당이득반환을 쓰면 왜 안 되는지, 첫째 요건이 탈락되면 둘째 요건은 검토할 필요가 없는 것인지 등 어떻게 보면 자잘하지만 해결되지 않으면 답안 작성에 장애를 주는 고민들을 최대한 담아보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출제 의도, 함정 사항, 답안 작성 유의점이 많이 실렸습니다. 본서의 가장 큰 특징이라 볼 수 있는 것이 각주라고 할 만큼 이는 매우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하면 일부 각주에서는 실전 사례연습을 할 때마다 혼동되는 쟁점들을 총정리해놓기도 했습니다. 가령 상속법 문제가 나올 때마다 나열해야 하는 법조문을 각주에 따로 정리해두거나, 물상보증인 소유물에서 배당받은 공동저당권자가 채무자 소유물의 자기 저당권을 말소한 그 ‘시점’에 따라 제485조(배당이의) 또는 제750조(손해배상) 중 어느 것이 적용되는지도 각주에 비교·정리해두었습니다.
넷째, 설문은 발문(發問)의 정확성으로 쟁점의 명징성을 유지하면서 유의미한 오류를 최대한 유도했습니다.
‘Develop 강의’, ‘실전 진모 강의’ 등 현장 실전강의에서만 1년에 수천 장의 답안지가 제출되고, 어떤 문제는 제출된 답안지의 90%가 답을 틀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오류들은 매년 반복되고 응시생 대부분의 오류가 특정한 부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법학 사례는 자신의 오류나 실수를 줄이는 것이 점수를 올리는 가장 기본입니다. 제가 경험했던 최다 오류 쟁점들 대부분을 빠짐없이 본서의 설문에 담았고, 학습자로서는 오류를 경험한 후 각주의 조언을 통해 수정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러기 위하여 발문의 정확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조금만 성실성을 놓아도 다의성이 생긴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례문제 출제는 쉬운 일이 아니고, 출제자의 작은 무신경으로 정답이 2개가 되거나 논란이 남는 경우를 적지 않게 봤습니다. 특정 개인의 사례집이나 모의시험까지는 그런 경우가 많더라도, 변호사시험은 최대한 논란 없는 출제가 이루어집니다. 변호사시험을 대비한다면 논란 없는 문제로 연습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다섯째, 저자의 기본서 및 기본강의와 상생의 ‘상승효과’가 매우 큰 교재입니다.
앞서 설명한 사례집의 역할을 고려할 때, 본서는 저자의 기본서 「로스쿨 민법의 정석 The Basic(이하 ‘The Basic’)」, 「로스쿨 민법의 정석(이하 ‘로민정’)」과 조화되어야 의미 있을 것이고, 당연히 학습자에게 ‘상승효과’가 발생하는 구조로 집필하였습니다. 가령 특정 단원이나 판례의 문제의식으로 설명한 내용이 동일한 표현으로 사례 답안의 서론에 기재되어 있고, 「The Basic」에서 판례에 볼드체로 된 단어 및 「로민정」에서 판례를 요약한 문구를 거의 그대로 답안의 판례 부분에 기재하였습니다(다만 학습효율을 고려하여 그보다는 문구를 좀 더 충실히 기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자료동일성은 기본서 회독을 더 기억에 남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여섯째, 고효율 학습을 돕기 위해 ‘목차’는 중요할 때는 상세하지만 불필요하면 생략하고, 필수 기재 ‘법조문’은 모두 볼드체로, ‘판례’는 색깔을 입힘으로써 해당 사례문제의 답안 작성에 필요한 것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교재 구성에서는 어떠한 목차가 중요하고 어떠한 목차는 그렇지 않은지, 특히 많은 수험생이 누락하는 주요 법조문은 무엇이 있는지, 해당 사례 문제를 풀 때 써야 하는 판례의 개수가 몇 개인지 등을 매우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본서는 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사례번호 위에 세부 쟁점을 의도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는데, 정리가 필요한 분들을 위하여 4월 중 본서의 부록으로 발간되거나 파일로 업로드되는 「사례별 목차 및 쟁점표(가칭)」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한편 본서에서는 가끔 중요한 키워드에 따옴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밑줄이나 컬러를 사용하면 책이 자칫 난삽할 것 같아 택한 방안이므로 활용 바랍니다.
본서의 최상의 활용법
사례학습의 방법론 일반에 대해서는 평소 강의나 인스타그램 영상을 통하여 여러 번 소개해왔기 때문에, 여기서는 조금 구체적으로 본서의 최상의 활용법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하는데, 어느 정도는 내용상 겹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1. 사례학습의 ‘목적’을 명확히 인지하고 그에 맞춰 자신을 ‘점검’하며 읽어야 합니다.
‘사례형 문제 풀이’를 딱 한 마디로 하면, 「‘설문’을 전제로 ‘물음’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요소’를 쓰는 것」입니다. 항상 이것을 인지하고 읽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면 자신의 문제점이 ① ‘설문’을 부정확하게 읽는 것인지(설문에 없는 상황을 불필요하게 상상하는 성향), ② ‘물음’과 상관없는 답변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설문의 목적을 망각하는 성향), ③ 그 ‘물음’에 이 ‘답변’을 하는 것인데 상관없는 ‘요소’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답안 작성 과정에 대한 꼼꼼한 고민을 하지 않는 경향) 등 구체적인 자기 점검이 이뤄질 것입니다. 사실 사례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본질이 바로 이것입니다. ‘본인이 잘 아는 내용을 무엇이든 쓰는 것’은 결코 훌륭한 사례 답안이 아닙니다. 훌륭한 사례 답안은 ‘문제를 푸는 것’입니다. 그 푸는 과정에서 자신의 지식을 소개할 뿐입니다.
2. 본인의 답안 작성 ‘스타일’을 파악하고 그것을 보완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합니다.
사례문제를 대하는 유형을 편의상 둘로 나눠보면, 대체로 결론은 빨리 도출하는 편이지만 답안지 분량을 못 채우는 사람(A), 답안지 분량은 잘 채우지만 하나하나 맞춰 쓰면서 시간이 모자라거나 결론 도출이 늦는 사람(B)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들이 힘써야 할 방향은 서로 다릅니다. A의 경우는 대체로 ‘직관’이 발달한 대신 ‘과정’을 생략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어떤 물음에 대하여 어떤 결론이 나올 때 그 과정에 꼭 필요한 요소 하나하나에 성의껏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법조문이 있기에 이런 논의가 생기는 것이고, 그 논의 중에 대법원은 이러한 입장으로 정리되었다’는 식으로, 항상 쟁점별 ‘문제의식’과 ‘논리구조’를 숙지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B의 경우는 대체로 ‘조심성’이 강한 대신 ‘중요도’ 구별에 약한 경향이 있으므로, 기본서 학습 과정에서도 ‘여기서 가장 중요한 논의는 이것’이라든지 하나의 판례 안에서도 ‘그래서 결론적으로 중요한 한마디는 이것’이라는 식으로 항상 전체 내용 중에서 ‘핵심’을 파악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두 사람 모두 ‘시간’과 ‘배점’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A는 그렇게 많은 분량과 시간이 주어진 것은 당연히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당연한 생각을 꼭 해야 하고, B는 한정된 분량과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끝내야 하는 규칙은 누구도 절대 위반할 수 없다는 점을 무겁게 인지해야 합니다.
3. 숲을 보려고 애쓰지 말고 ‘나무’를 보시되, 나무를 꼭 ‘연결’하시기 바랍니다.
흔히 법학이나 사례 공부에서 ‘숲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거대한 숲을 보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며, 숲은 그렇게 쉽게 ‘보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의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완성해가는 지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례를 공부할 때도 그런 불가능한 목표 설정이 오히려 학습 의지를 낮출 수 있다고 생각되며, 하나하나 꼼꼼히 작은 쟁점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꾸준히 하다 보면, 이러한 작은 쟁점끼리의 ‘연결’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연결을 반복하고 숙지하면 조금 더 큰 연결이 보이고, 또 다양한 연결의 유형이 파악됩니다. 이 정도가 법학 사례 공부의 최종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사례 문제와 답을 일부러 ‘외우려’ 하지 마시고, 논리적인 학습을 반복하여 ‘외워지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마치며
본서가 나오기까지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은 분들이 많습니다. 사법연수원 시절 ‘법률가’ 정연석을 만들어준 은사(恩師) 이원형·여미숙·이현철 교수님, 메가엠디의 윤용국 대표님, 강진섭 실장님, 채윤석 팀장님, 메가로이어스의 곽세희 원장님, 윤창기·윤호재 과장님, 윤예빈 대리님, 법무법인(유한) 정률의 박재명 대표님, 이민경·김가현 조교님, 그리고 본서의 집필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김지선 변호사님까지, 모두에게 매우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또한 도서출판 정독의 김중용 대표님, 심성보 이사님, 권형락 실장님께도 형용할 수 없이 큰 고마움을 전합니다.
2024. 3. 변호사 정연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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