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서적 | 국가고시, 공무원시험, 전문자격시험 도서 전문

■ 책 소개 ■

민법은 1400개가 넘는 법률(명령까지도 포함하면 4000개 이상) 중 1000개가 넘는 법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법이다. 그 속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도 많지만, 그 많은 내용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규율하기 위해 마련된 체계는 매우 복잡하여 민법에 대한 이해를 막는다. 시중에는 이러한 민법을 해설하는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1000페이지를 훌쩍 넘는 두꺼운 책들이 대부분이지만, 이 분량도 부족할지도 모른다. 법률전문가들만이 민법을 알아야 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민법은 살아가면서 반드시 알아야 할 기본법으로,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만이 알아야 될 내용이 아니다. 특히 그동안의 연구와 교육 경험은 이런 생각을 더욱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민법을 다 알 필요는 없다.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민법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과 이를 통해 필요시 민법을, 더 나아가 필요한 관련법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두면 족할 수 있다.

그래서 민법을 최소한으로, 그럼에도 필요에 따라서는 이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안내자가 필요하리라 생각했다. 민법 자체에 대한 상세한 설명보다는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담아 민법을 중심으로 우리의 법제도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싶었다.

때문에

1. 이 책은 민법의 전부를 다루지는 않는다. 부족한 부분은 시중의 다른 책들을 참조하면 될 것이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불필요하게 되었다. 바로 인터넷 때문이다. 특히 법과 관련된 내용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대부분을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책을 쓰면서 다른 책들은, 그 책들이 저자에게 매우 큰 가르침을 주었던 적이 있음에도, 거의 참고하지 않았다. 인터넷창만을 열어두고 필요한 정보를 그때그때 찾아가면서 썼다. 참고로 저자는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도 학생들에게 책을 살 것을 권하지 않는다. 오로지 법전만을 가까이 두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평소에 연습하라고 한다. 물론 그것이 쉽지 않기에 때때로 안내자는 필요하다.

2. 여기서 말하는 민법은 단순히 민법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민법전은 민법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지만, 이후 사회의 변동에 따라 수없이 많은 특별법들이 마련되어 이를 함께 보아야 한다. 앞으로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민법전만을 보는 것은 시험대비가 아닌 한 매우 불완전한 것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수많은 법으로 구성되고 있는 민법의 모든 내용을 다 알 수는 없고,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3. 그 기본이 될 최소한의 지식을 이 책에서는 민법총칙의 구조 속에서 녹여냈다. 민법총칙은 우리법의 구조상 민법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부분에 대한 학습이 강조되고, 나아가 독립된 시험과목으로 채택되기도 한다. 물론 민법의 다른 부분과의 연계없이 총칙만으로 온전한 이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총칙 이외의 다른 민법전의 내용을, 다른 관련법률들의 내용과 함께 총칙의 구조 속에 담아내려고 했다. 총칙의 구조는 크게 사람과 물건과 행위로 대별할 수 있고, 그 외에도 시간과 권리의 소멸이 포함된다. 그 내용이 이 책의 중심인 Chapter II를 구성한다(다만 설명의 편의상 행위의 방식인 대리는 사람과 함께 설명했다). Chapter II 앞뒤로 민법을 이해하는 데 기초가 되는 사항을 정리한 Chapter I과 민법을 공부하는 제일 중요한 이유일 수 있는 민사책임론을 Chapter III로 덧붙였다. 특히 Chapter III을 통해 이 책을 기획했을 때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내용들을 전부 다룰 수 있었다.

4. 그 수로는 민법을 구성하는 법이 제일 많다고는 하나, 다른 영역의 법도 존재한다. 그 영역들은 민법과는 사뭇 다른 규율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들은 서로 구별되어야 한다. 그러나 민법이 다른 영역의 법들로부터 고립되어 있으면, 이는 민법 자체의 이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민법을 다루면서도 이해에 도움이 되는 한 다른 영역의 법들, 특히 형사법을 함께 설명하였다. 다만 민법을 전공한 저자로서는 그 이해가 부족하여 충분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5. 책에는 민법전의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부분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을 포함하여 어떠한 자료를 보건 관련 법조문을 찾아보고 체계 속에서의 위치를 파악해 두는 것은 민법을 이해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어쨌거나 민법전이 가장 중심이고 그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곧 민법의 사용법을 알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 앞서 이미 두 권의 책을 출간한 바 있다. ‘금전거래와 법’과 ‘부동산거래와 법’이 그것인데, 애초에 저자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을 위한 수업교재로써 집필되었다. 수업교재의 성격상 필요한 내용만을 선별하여 작성하였고, 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예컨대 예시와 같은 것은 강의를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책은 내 강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곳에서도 활용되었다. 감사하지만 당황스러운 부분이었다. 책이 출간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몰랐던 미숙함 탓도 있다. 그래서 보다 활용가치가 높은 새로운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1. 이 책은 종전의 책과도 그 내용이 겹친다. 종전의 책들도 접근방식을 달리할 뿐 결국 민법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종전의 책들의 개정판은 아니다. 종전의 책들은 앞으로도 전공강의의 강의교재로서 활용될 예정이다. 보다 일반적으로는 이 책이 더 유용할 것이다. 그런 의도로 쓴 책이다.

2. 이 책은 어느 정도의 반복적인 학습을 필요로 하는 학습서로 기획되었다. 학습서로 기획되었지만 강의 없이도 완전히 이해 가능한 친절한 교양서처럼 읽힐 수 있게 쓰려고 했는데, 그 목적은 달성되지 못했다. 친절한 교양서는 이미 세상에 많이 존재하니 이 책은 학습서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하게끔 정리하기로 했고, 그렇게 또 익숙했던 방식을 고수하게 되었다. 그만큼 최대한 간략하게, 그럼에도 필요한 내용을 빠짐없이 쓰는 것에 집중하였다. 그리고 결국 이것이 저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3. 책은 그 자체로서 완결되도록 하고 싶었지만, 이 책을 쓸 때는 강의를 염두에 두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법에 대한 교육은 온전히 대학에서 전공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법은 더 이상 전문지식으로써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최소한의 교양으로서 다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책 자체만으로 충분한 역할을 하면 좋겠지만, 누군가는 강의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의 구성도 강의하는 호흡에 따랐다. 전체가 체계적으로 얽혀있는 민법이기에 쉽지는 않았지만 각 주제가 짧고 독립되게 다루어질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이로 인해 전체적인 줄거리를 담당하는 왼쪽면과 필요한 관련 내용으로 구성한 오른쪽면으로 한눈에 들어오게끔 구성을 했는데, 이 점을 너무 고집하다 보니, 판형에 맞춰 글자 크기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사용설명서 혹은 매뉴얼이니까, 속도감있게 죽 읽어가는 소설이 아니니까, 그래서 필요한 부분만 찾아보면 될 테니까, 그런 핑계를 대며 책을 편집했다. 각주가 많은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에서이다. 어떻든 작은 글자로 인해 불편함을 느낄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뿐이다.

4. 강의를 염두에 두고 쓰긴 했으나, 강의에 대한 어떤 것도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코로나 기간 동안 해왔던 대로 강의하는 영상을 찍어 어떠한 편집도 없이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능한 유일한 방식일 것이다. 다른 가능성도 있을 거라 생각하기에 여기에 무책임한 결론을 박제하지는 않겠다. 다만 한 주제당 10분 내외로 짧게 제작하려고 한다. 재미있는 영상이 아닐 것이므로 그 이상의 길이가 된다면 보기에도 고역일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반드시 강의로 찾아뵙겠다. 아무쪼록 성원을 부탁드린다.

책을 쓰는 과정은 매순간 부족함을 깨닫는 과정이었다. 괜한 일을 시작했다고 후회도 많이 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그렇게 나온 이 책 역시 매우 부족할 것이고, 심지어는 잘못된 부분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내용을 민법총칙의 구조로 엮어 만들어 낸 이 ‘사용설명서’를 잘 활용해 주길 바란다. 끊임없이 찾아 보충하고, 잘못된 부분은 수정해 나가면서 자신만의 ‘민법사용설명서’를 완성해 나간다면, 법을 조금이라도 더 잘 알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렇게 우리가 사는 사회를 좀 더 잘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역시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계속 개선시켜 나가볼 요량이다.

2024년 9월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