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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판례백선 형사.행정편을 발간하며―

2023년 가상자산 판례백선 민사?신청편을 발간한 이후 1년 만에 다시 가상자산 판례백선 형사.행정편을 발간하게 되었다. 바쁜 와중에 같이 작업에 참여해 주신 이석준 판사, 김성인 판사, 한웅희 판사, 장민석 판사의 도움이 매우 컸다. 가상자산 분야에 사법부가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전체적인 조망을 할 수 있도록 판례를 정리하였는데 가상자산 생태계의 발전에 일조하게 되어 뿌듯한 마음이 든다.

FTX의 파산과 테라, 루나 사건과 더하여 전 세계적인 유동성 악화가 맞물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소위 알트코인 프로젝트들이 많이 유명무실해지기도 하였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면서 다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에 대해 전 세계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비트코인이 열어젖힌 블록체인 혁명은 계속 진행 중이고 실험 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트코인 혁명을 어떻게 받아들여 그 잠재력을 발현시킬 것인지에 따라 한 사회의 흥망성쇠가 결정될 것이다. 혁신적인 기술은 전통적인 시스템과 조직을 파괴적으로 혁신하기 때문에 기존의 시스템과의 충돌은 필연적이다. 작고한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인 크리스 크리스텐슨은 이를 ‘파괴적 혁신’이라고 불렀다. 파괴적 혁신이기에 기존 시스템의 재구성은 필연적이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회의 시스템은 진보하지만, 그 과정에서 신흥세력과 구세력의 충돌은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킨다. 새로이 등장한 혁신은 아직 그에 걸맞은 제도와 법률을 갖추어 사회에 수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포함한 가상자산이 무엇인지, 현행법과 제도에서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전통적인 법률을 공부한 사람들이 연구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많은 법적 분쟁이 발생하였다. 자신이 투자하는 가상자산의 가치에 대해 알지 못한 상태에서 수많은 사람이 인터넷에 올라온 과장, 허위의 글을 보고 가상자산에 투자하였고, 그로 인해 많은 투자피해자가 생겼다. 가상자산을 획득하기 위하거나 가상자산을 판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많은 계약 관계와 맺어졌고, 또 해당 계약 관계에서의 채무불이행과 불법행위가 생겨났다. 수많은 사기와 유사수신행위가 이루어졌고, 거래소의 시세조종과 불공정행위도 만연하였다. 규제의 필요성은 있지만 어떻게 규제해야 할지 잘 모르던 시기가 있었고, 점차 그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

새로운 개념은 컨텍스트, 즉 맥락 속에서 자신만의 정의를 만들어 가면서 그 개념이 공고해진다. 가상자산 역시 각각의 참여자들이 많은 컨텍스트의 어느 지점에서 자신의 관점에서 가상자산 사용, 해석론을 만들어 내고 그 과정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개념을 인정한 네트워크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최선, 최적의 개념이 도출되어 진화하게 된다.

가상자산과 관련하여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생겼고 이러한 피해 재발을 막고 국가 형벌권을 집행하려는 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아직 법규가 없어 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쪽도 생겼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이용한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과 규제기관과의 충돌도 지속해서 발생하였다. 이러한 형사적인 다툼, 행정적인 다툼의 유형을 분류해 보고 전통적인 법과 제도의 관점에서 해당 법적 분쟁을 해결한 법원의 판결과 결정을 살펴보는 것은 이러한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블록체인법학회의 회원인 이석준 판사, 김성인 판사, 장민석 판사, 한웅희 판사와 같이 2017. 4.부터 2022. 12.까지의 가상자산과 관련하여 형사, 행정, 가사, 도산 사건의 사법부의 판단을 검토하고 이를 출간하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물론 책을 출간하기 전에 더욱더 엄밀한 학술적 연구가 필요한 것은 아닐지 고민도 하였지만, 아직 가상자산과 관련한 법적 해석이나 제도가 완비되지 않았고, 블록체인과 가상자산과 관련한 기술이 빠르게 개발되고 확산하고 있는 사정을 참작하면 아직 미흡하더라도 빠르게 법원에 제기된 법적 분쟁에 대한 개략적인 분류 및 해석을 하여 정리하는 것이 한국의 블록체인 생태계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가상자산 판례백선에 나타난 저자들의 평석은 저자 개인의 생각이 많이 포함된 것이고, 향후 가상자산과 관련하여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정립될 가상자산과 관련한 법리와는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첨언하여 둔다. 그럼에도 가상자산과 관련한 법적인 분쟁을 실무에서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가상자산 판례백선을 통해 가상자산이 사회에 등장하여 어떠한 법적인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지도를 제공하고, 또한 입법자들에게도 가상자산과 관련한 전체적인 규제안을 만드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먼저 2017. 4.부터 2022. 12.까지의 가상화폐, 가상자산, 코인, 토큰, 비트코인, 이더리움, 채굴, 사기, 유사 수신, 방문판매 등 가상자산 형사, 행정, 가사, 도산 사건의 주요 검색어를 통해 판결과 결정을 추출하고, 추출된 판결과 결정을 공동 저자들이 나누어서 평석하는 방향으로 책이 만들어졌다.

여러 가지 업무로 바빠 각자의 평석에 대해 많은 교차토론을 하지는 못했음을 밝혀둔다. 독자들이 엄격한 잣대로 많은 비판을 해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가상자산 판례백선 형사?행정편은 완성된 책이 아니라 열려있고, 계속해서 진화할 책이기 때문이다. 신랄한 비판과 새로운 연구 결과를 더하여 다시 새로운 가상자산 판례백선이 계속 만들어지길 희망해 본다.

이 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정말 바쁜 와중에도 가상자산 판례백선 형사.행정편을 집필하는 작업에 동참해 준 블록체인법학회 김성인 판사, 이석준 판사, 장민석 판사, 한웅희 판사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공동집필자로서 전하고 싶다.

2024. 2.

블록체인법학회장

법무법인 로집사 이정엽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