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
한국에서 유언과 상속을 준비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단연 상속세(Inheritance Tax)일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을까’, ‘합법적인 절세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앞서는 반면, 유언장(Will)은 여전히 부유한 사람들만 작성하는 특별한 문서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어차피 법에 따라 배우자와 자녀에게 상속될 텐데, 굳이 비용을 들여 유언장을 쓸 필요가 있을까?”라고 반문하곤 합니다.
하지만 캐나다와 미국에서 상속 준비를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단연 유언장일 것입니다. 자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유언장은 성인이라면 누구나 갖춰야 할 기본적인 법적 안전장치로 여겨집니다.
왜 이러한 생각의 차이가 있을까요? 단순히 문화적 차이일까요? 특히 두 나라의 문화와 법률 시스템을 모두 경험하고 여전히 양국에 가족과 재산을 두고 계신 한인 이민자들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준비해야 할까요?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작은 안내서입니다.
대한민국은 놀라울 정도로 거의 모든 국민에 대한 정보가 국가에 기록되어 있는 사회입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고, 신원은 기본증명서에, 가족관계는 가족관계증명서에, 주소 변동 이력과 세대에 관한 내용은 주민등록등(초)본에 명확히 기록됩니다. 평생 형성한 부동산과 금융자산은 등기제도와 금융실명제를 통해 정밀하게 관리됩니다. 누군가 사망하면 국가는 이미 누가 상속인인지, 어떤 재산을 보유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으며, 상속인들은 자유로운 협의를 통해 재산 분배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한국인에게 상속 계획이란 ‘누가 무엇을 물려받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정해진 승계 규칙 범위 안에서 상속세를 어떻게 최소화할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반면, 이민자의 나라인 캐나다와 미국은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사회입니다. 방대한 영토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끊임없이 유입되는 이곳에서 국가는 개인의 삶을 한국처럼 상세히 기록하고 관리할 수 없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생존과 재산 관리를 스스로 책임져야 했고, ‘내 재산은 내 뜻대로 처분한다’는 개인주의적 철학이 매우 강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그 결과, 유언장은 자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상속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습니다. 이들에게 상속 계획이란 단순히 ‘누가 무엇을 받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넘어, ‘어떻게 재산을 분배할 것인가’까지 설계하는 정교한 준비 과정으로 발전했습니다.
이처럼 ‘어떻게 재산을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은 자연스럽게 ‘신탁(Trust)’의 활용으로 이어졌습니다. 신탁을 통해 유언자는 생전에 재산을 누구에게, 언제, 어떤 조건으로,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 미리 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성년 자녀에게 막대한 재산을 일시에 물려주지 않고, 신탁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수탁자(Trustee)’를 지정하여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또는 대학을 졸업하거나 결혼하는 특정 시점까지 생활비와 학자금을 나누어 지급하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유언장을 통해 설립되는 신탁을 ‘유언 신탁(Testamentary Trust)’이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캐나다와 미국에서 작성된 유언장을 보면 신탁의 종류, 수탁자의 권한과 책임, 수익자의 수령 조건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어 유언장의 길이가 수십 장에 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한국의 유언장처럼 “집은 장남에게, 예금은 차남에게”와 같은 단순한 분배 조항과는 대조되는 부분입니다.
대표적인 유언 신탁의 예로는 고인의 ‘유산(Estate)’이 있습니다. 유산이란 고인이 사망 시 남긴 재산을 뜻하며, ‘유언 집행자(Executor)’ 또는 무유언 상속의 경우 ‘유산 관리인(Administrator)’이 이를 관리합니다. 이들은 수탁자와 동일한 ‘신의성실의 의무(Fiduciary Duty)’를 지니고 고인의 자산과 부채를 파악한 뒤 채무와 특정 유증을 변제하고 세금을 정산합니다. 이후 잔여 재산을 수익자에게 공정하게 분배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유산은 신탁과 구분되지만, 캐나다 소득세법(Income Tax Act, Section 104(1))과 미국 내국세법(Internal Revenue Code, § 641)은 유산을 유언 신탁으로 간주하여 독립된 납세자로 취급합니다.
유언 집행자의 업무는 막중합니다. 캐나다 통계에 따르면, 유언 집행자는 평균 2년에 걸쳐 약 400시간을 이 업무에 할애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캐나다나 미국에서 유언장을 작성할 때는 유언 집행자의 업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정보와 서류를 생전에 빠짐없이 확보하고 보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유언 집행자로는 주로 자녀가 지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성공적인 유언장 작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과 캐나다 · 미국의 유언장 작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비용의 역설적인 차이입니다. 캐나다와 미국에서는 유언장 작성 시 변호사의 조력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유언장 자체에는 공증이 되지 않아 사후에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법원 검인 절차(Probate)를 거쳐야 합니다. 즉, 변호사 비용과 검인 수수료가 이중으로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유언자가 변호사나 공증인의 도움을 받아 ‘공정증서유언장’을 작성하면 그 즉시 공증의 효력을 갖게 되어 별도의 검인 절차 없이 집행이 가능합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상속 계획(Cross-Border Estate Planning)은 단순히 각국의 법과 제도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각 국가의 유언장 작성 방식과 집행 절차가 지닌 고유한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용, 소요 시간, 서류 목록 등을 비교 · 분석하여 최적의 방안을 모색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가상이지만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례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국경을 넘나드는 유언장 작성과 집행을 준비하실 때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2월
김시현 변호사 (캐나다, 미국)
김준식 세무사 (대한민국)
[목 차]01 Part
국경을 넘는 삶, 국경에 갇힌 상속법
CHAPTER 01 신씨 가족의 예상치 못한 여정:
밴쿠버에서 서울, 토론토, 뉴욕까지 ..................007
국제사법, 왜 중요할까요? ..........................................................008
첫 단추 끼우기 - 어느 법원의 문을 두드릴 것인가? ......................010
법률의 미로 - 내 유산에 꽂히는 깃발은 어느 나라의 것인가? .........018
특별 고려 사항: 유럽연합 상속규정(Brussels IV) ............................027
국경을 넘은 판결의 힘 - 법원의 명령은 어디까지 유효한가? ..........030
결론: 흩어진 자산, 하나의 전략으로 묶다 .....................................031
CHAPTER 02 삶으로 증명하는 나의 법적 고향,
본적지(Domicile) .......................................... 033
‘본적지(Domicile)’란 무엇인가? ....................................................035
법원은 어떻게 ‘진정한 고향’을 찾는가? ........................................037
고인의 ‘삶의 흔적’ 추적하기:
David v. Foote Estate, 2009 ABQB 654 사례 .........................038
국경을 넘는 삶, ‘삶의 증거’로 완성하라 ........................................045
x 국경을 넘나드는 상속과 세금
CHAPTER 03 부모님의 마지막 선물, 강남 아파트................048
상속 개시와 안심 상속 원스톱 서비스 ..........................................049
상속 절차 및 준비 서류: 한국 거주자부터 해외 시민권자까지 .........050
강남 아파트, 어떻게 나눌 것인가? - 상속재산분할협의서 ..............057
상속세, 취득세, 상속 등기: 복잡한 마무리 과정 ............................062
상속받은 강남 아파트 매각하기 ...................................................075
미나 씨의 해외 송금, 까다로운 절차 ............................................076
캐나다 시민권자를 위한 아포스티유 필요 서류 예시 ......................078
가족 간의 갈등, 현명하게 해결하는 길 .........................................094
CHAPTER 04 서툰 은퇴 계획, 183일의 함정 .......................096
이중 거주자의 함정(The Dual Residency Trap)................................098
거주지 변경에 따른 잠재적 위험:
출국세(Departure Tax)와 입국세(Immigration Tax) 효과 ...................099
02
Part
유언장 작성,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까?
CHAPTER 05 밴쿠버와 서울, 두 개의 유언장으로 지키는 유산 .. 109
BC주 유언장, 밴쿠버 부동산을 위한 명확한 지침 ..........................110
차례 xi
한국 유언장: 한국 투자 자산을 위한 간결한 의지 ..........................117
결론: 고도의 정밀함을 요구하는 다중 유언장 전략 ........................120
CHAPTER 06 유언장 작성의 첫 걸음, ‘신원 확인’ ..................123
유언장 작성에서 신원 확인이 가장 중요한 이유 ............................124
유언장 작성을 위한 신원 확인 서류 체크리스트 ............................124
유언 작성자(Will-Maker)의 혼인 여부 확인 ...................................131
유언 집행자(Executor), 수탁자(Trustee) 및 수익자(Beneficiary)의
신원 정보 확인 ..........................................................................133
핵심 정리: 성공적인 유언장 작성을 위한 준비 ..............................134
CHAPTER 07 박 여사님의 유언장, 글로벌 자산 지도 만들기 ...136
유언장 작성을 위한 글로벌 자산 지도 그리기................................137
박 여사님을 위한 유언장 준비 체크리스트: 자산(Assets) ................137
박 여사님을 위한 유언장 준비 체크리스트: 부채(Debts)와 기타 정보 ......150
최종 소득세 신고서를 위한 박 여사님의 소득 정보
(Income Information) ..................................................................154
유언 집행자의 유산(Estate) 소득세 신고서 ....................................158
핵심 정리: 유언장 작성을 위한 정보 수집의 중요성 .......................161
CHAPTER 08 유언의 붓으로 그리는 삶의 마지막 그림 ...........163
PART 1: 정선미 씨와 가족 이야기(개인 정보 및 가족 관계) ................163
PART 2: 정선미 씨의 자산 정보(Asset Information) .......................176
PART 3: 정선미 씨의 유언 요청 사항(Preliminary Will Instructions) ......183
PART 4: 기타 유산 계획 문서 ....................................................190
xii 국경을 넘나드는 상속과 세금
03
Part
슬픔을 뒤로하고, 유언 집행의 시작
CHAPTER 09 갑작스러운 이별, 유언 집행자의 무거운 책임 .. 205
1단계: 역할 수락과 즉각적인 조치 ..............................................205
2단계: 정보 수집 - 숨겨진 조각 맞추기 .......................................210
3단계: 유산 계좌 개설 및 철저한 기록 관리(The Duty to Account)........216
결론: 문미숙 씨를 위한 다음 단계 ...............................................217
CHAPTER 10 피할 수 없는 의무, 고인과 유산의 세금 정산 ......219
1단계: 최종 소득세 신고에 필요한 권한 확보 ................................220
2단계: 흩어진 재정 정보 발굴하기 ..............................................220
3단계: 최종 소득세 신고와 절세 전략 ..........................................221
4단계: ‘권리 또는 물건(Rights or Things)’ ......................................222
5단계: 유산(Estate)이라는 새로운 납세자 .....................................223
6단계: 청산 증명서(Clearance Certificate) .....................................224
7단계: 최종 소득세 신고에 필요한 서류 체크리스트 ......................224
CHAPTER 11 유언 집행자의 1년(The Executor’s Year) ........... 228
서두를 수 없는 이유: 법이 정한 시간과 책임 .................................229
놓쳐서는 안 될 의무들 ...............................................................231
자산별 명의 이전과 분배 절차 .....................................................231
결론: 복잡한 과정을 헤쳐나가는 역할 ..........................................235
차례 xiii
xiv 국경을 넘나드는 상속과 세금
CHAPTER 12 우리 아들의 빛나는 미래,
장애인 신탁으로 지키기..............................237
신탁, 왜 장애인을 위한 최고의 선택일까요? .................................238
장애인 신탁과 캐나다 BC주의 장애인 복지 혜택, EAPDA .............238
지훈이를 위한 장애인 신탁 설계 .................................................240
또 하나의 강력한 도구:
Registered Disability Savings Plan(RDSP) ..............................241
지훈이를 위한 희망의 씨앗 .........................................................242
마무리하며: 유산, 역사의 무게와 미래를 향한 책임 ..................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