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란 신호와 정보를 0과 1이라는 비트의 연속으로 표현하는 방식일 뿐이다. 그러나 이 비트의 세상은, 오랜 세월 원자로 이루어진 유체물을 기반으로 발전해 온 법과 형사사법 절차에 근본적인 변화와 질문을 던지고 있다.
2022년 1월 1일, 디지털 증거에 관한 법률적 쟁점을 종합적으로 다룬 단행본이 전무하던 시기에 이 책의 초판을 선보였다. 초판이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는 영광을 얻은 것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법적 쟁점에 대한 갈증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당시 참고할 만한 자료가 부족했던 탓에, 초판은 디지털 증거의 핵심 쟁점 외에 형사소송법에 관한 일반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던 반면, 데이터에 관한 권리, 실질적 피압수자 개념에 대한 비판, 디지털 미란다 원칙, 파일 복구행위의 법적 성격과 복구한 파일의 반환 문제 등 중대한 논의들을 미처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초판 발행 이후, 우리 대법원은 디지털 증거에 대한 수많은 새로운 판례들을 쏟아내며 법적 지형을 변화시켰다. 이에 저자들은 초판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격변하는 법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절박한 필요를 느꼈다. 이번 개정판은 다음과 같은 핵심 변화에 집중했다.
최신 대법원 판례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수록했다.
데이터에 대한 권리, 참여권 보장 법리, 실질적 피압수자 개념, 디지털 미란다 원칙, 복구 파일의 반환 등 초판에서 다루지 못했던 주요 쟁점들을 깊이 있게 논했다.
파일 복구행위의 법적 성격에 대한 새로운 장을 추가하고, 초판의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정리했다.
이 책은 디지털 증거의 개념적 토대부터 법 적용의 세밀한 문제까지 총 15개의 장을 통해 논리적인 흐름으로 구성되었다.
1장: 디지털 증거가 형사절차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다룬다.
2장: 데이터에 내재된 프라이버시, 통신 비밀 등 데이터에 관한 권리를 강조한다.
3장: 데이터와 정보의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데 집중한다.
4장: 디지털 증거가 기존의 유체물 증거와 어떻게 다른지 그 특성을 설명하고 분류하며 기존의 형사소송법이 디지털 증거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 검토한다.
5장: 디지털 증거가 과학적 증거와 대등하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는지 논증한다.
6장: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요건에 대한 우리나라, 미국, 독일의 태도를 비교하며 진정성이 핵심임을 강조한다.
7장: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시 수색 단계에서부터 프라이버시 침해를 최소화해야 함을 역설한다.
8장: 수색 범위를 한정하기 위해 자동 검색 기술을 활용한 선별 수색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9장: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에서의 참여권 보장 법리에 대한 대법원 판례의 변천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10장: 실질적 피압수자 개념을 비판하고, 정보주체의 권리 보호와 수사 밀행성의 조화를 위한 입법 방향을 제시한다.
11장: 역외 압수수색이 법의 확장 해석 없이도 논리적으로 가능함을 논증한다.
12장: 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할 때 자기부죄거부특권이 보장되어야 함을 주장하며 디지털 미란다 원칙 개념을 제안한다.
13장: 디지털 포렌식에 의한 파일 복구행위의 법적 성격을 논하고 복구한 파일을 피압수자에게 반환해야 할 필요성을 논한다.
14장: 디지털 데이터의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 법원에 인정된 자료 제출명령 제도를 수사기관에도 도입해야 함을 주장한다.
15장: 결론에 해당하는 장으로, 디지털 증거를 위한 별도의 법제 제정 또는 형사소송법 전면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개정판은 초판에 비해 디지털 증거에 관하여 더욱 심도 있게 다루려 노력했다. 하지만 디지털 증거에 대한 쟁점이 계속 부각되고 있고 각 쟁점에 대한 해석도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저자들의 입장이 더욱 옳거나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향후 형사소송에서 디지털 증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은 자명하기 때문에 개정판을 통해 디지털 증거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더욱 촉발되고 저자들의 주장에 대한 비판도 왕성하게 논의되면서 저자와 독자들의 학문적 성숙도가 높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