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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정문기 지방자치론
정문기 l 박영사
32,300원  정가 34,000  (-1,700원 할인)
592 쪽 ㅣ 2023년 02월 20일
1718668
323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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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대학원에 진학을 앞둔 즈음에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재개되었습니다. 대학원에서 무엇을 공부할 것인지 고민하던 시점과 겹쳐 막연하게 관심 분야로적시했던것이지방자치였습니다.이후학위논문도지방분야로작성하였고, 2007년 성균관대학교에 부임하며 지방자치와 관련한 강의를 지속해 왔습니다. 2020년을 전후하여 일시적인 건강의 문제와 코로나의 확산은 오히려 몸과 마음을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되었으며 집필의 시간적 자산이 되었습니다. 매일 3-4시간 규칙적으로 논의의 흐름을 놓지 않고 꾸준히 에너지와 노력을 기울이고자 하였습니다. 그 과정은 단순히 집필 내용의 축적만이 아닌 나 자신을 성찰하고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이 녹아들어 이제야 지난 15여 년간 지방자치를 강의해 오면서 기록하고 준비한 자료들이 나의 시각으로 조금의 체계와 형식을 갖추어 한 권의 책으로 정리된 듯합니다.


한 개인이 주민으로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이웃과 지역사회를 알아야 사랑하게 되고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집필하며 내린 결론이자 메시지입니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지방자치와 행정을 강의하며 자신의 손으로 직접 뽑은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이름을 묻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광역지방자치단체장과 달리 기초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이름을 쉽게 떠올리지 못합니다. 지방선거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기도 하지만, 주민으로서 학생들은 지역사회에서 어떤 정책과 사업이 일어나는지를 잘 모르는 것과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이 각자 거주하는 지역의 주민이라고 보았을 때, 일반적인 주민들의 인식과 이해의 수준도 크게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한 학기 수업이 끝나가며 학생들은 자신이 살고 있지만, 평소 그냥 지나쳤던 우리 동네에 관심을 갖고 주민참여예산 등을 알리는 동주민센터의 현수막과 각종 프로그램을 주의 깊게 보게 되었다고 얘기를 합니다. 조그만 변화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주민이 변하면 지역사회가 변하고, 지역사회가 변하면 국가 전체가 변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가 1990년대에 재개된 이후 지속된 자치-분권 논쟁의 근본에는 중앙과 지방 간 ‘내 탓이오’가 아닌 ‘네 탓이오’의 목소리가 크게 지배했다고 봅니다. 중앙집권의 오랜 전통과 제약이 제도적-인식적으로 뿌리 깊게 자리하지만,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내 탓이오’를 통해 지역의 변화를 이끌 때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길 것입니다.


그럼 왜 지방자치일까요? 지방자치는 나와 이웃의 삶과 일상에 대한 응답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일상의 공공문제를 남에게 맡기는 것이 아닌 나와 이웃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입니다. 내 삶이 개별성을 지닌 동시에 이웃과 함께 하는 집합성을 지니기에 공동의 노력과 책임은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권리이자 책무입니다. 내 삶과 연결되어 가장 가깝게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물리적 공간이 지방이며, 그 지방에서 나와 이웃이 함께 주체가 되어 자율과 책임 하에 통치하는 것이 지방자치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지방정부 대비 중앙정부의 우위, 민 대비 관 우위의 제도와 인식이 지배적이며 지방자치제도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상의 문제의식 하에 이 책은 우선, 지방자치 및 지방자치제도의 이해와 지방에 대한 인식 및 애정을 높이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였습니다. 일상적 삶이 영위되는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제도와 시스템의 이해 없이 애정을 갖기 힘듭니다. 더불어 지방의 많은 문제는 제도 및 재정과도 연관되지만 본질적으로는 사람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지방의 정치지도자와 주민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논의하였습니다. 지방을 위해 일할 참된 일꾼을 뽑고, 그 사람이 주민들과 소통하고 협력을 이끌어 내는 일이 지방을 살리는 궁극적인 출발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처럼 주민들이 스스로 통치하고 통치받는 경험이 쌓여갈수록 자치의식은 증대하고 지역에 대한 애착심과 정체성도 강화되며 주민들을 위한 제도나 정책의 요구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지방의 변화를 이끌고 지속가능한 지방이 되는 논의를 담고자 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이 책은 지방자치에 대한 기본적인 주제들을 다루면서도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는 몇몇 주제들을 담고자 하였습니다. 즉, 지방자치의 개요, 지방자치 기관(집행기관과 의결기관), 선거제도 및 지방행정체제, 정부간관계, 주민참여 등 지방자치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요소들을 논의하였습니다. 이에 더하여 주민참여의 비중을 확대하고 점차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는 (지역)공동체와 지역문화를 다루었습니다. 주민들의 삶의 질과 지역공공문제 해결에 있어 공동체와 지역문화적 접근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적 상황과 요구를 반영하고자 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문화활동은 공동체형성에 기여하고, 이러한 참여와 공동체(활동)는 지방자치를 활성화시킨다고 보았습니다.  


책의 구성과 내용의 범위를 고민하면서 여전히 포함하지 못한 현안들이 있고 담지 못한 부족함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서구 선진국들이 겪고 있는 지방의 인구감소 문제 및 대안과 관련한 논쟁입니다. 국가 차원의 인구감소는 중앙정부만이 아닌 지방정부가 직면한 중대한 도전입니다. 특히, 지방의 고령화와 자연적 인구의 감소만이 아닌 청년층의 사회적 이동이 지방의 활력을 더욱 감소시키고 있습니다. 더불어 2022년 대통령선거 이후 기존의 자치분권 및 균형발전과 관련한 제도적 변화가 진행 중입니다.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 변화 및 지방정부 차원에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이슈들은 추후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논의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 길을 걷는 여정에서 여러 사람의 지지와 도움이 함께 했습니다. 사람의 바른 길을 가르쳐 주신 하석 박원규 선생님, 그리고 참된 학자의 길을 몸소 보여주신 성균관대의 김현구 교수님께 큰 절을 올립니다. 자료수집에서 세세한 교정까지 도움을 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및 국정전문대학원, 도시발전연구소의 김서린 박사와 김지영, 정보영 박사과정생 그리고 길상혁 석사과정생의 도움에도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편집 및 참고문헌 등 원고 전체를 꼼꼼히 챙겨준 박관태 박사과정생과 멋지게 표지디자인을 해준 황기웅 석사과정생에게 고마움을 따로 전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묵묵히 신뢰와 지지를 아끼지 않은 아내 주성순, 딸 윤희, 아들 경환에게도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책의 편집과 교정을 꼼꼼히 맡아 주신 박영사의 양수정 님과 정연환 님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2023년 2월


정 문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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