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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필자가 군사주의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게 된 계기는 북한 · 통일문제였다. 그 문제를 민족문제, 체제 · 이념의 문제 혹은 한반도 문제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평화, 인권 등 보편가치의 문제로 접근하면서, 서서히 ‘군사주의’, ‘군사화’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평화, 인권과 군사주의는 일견 반명제의 관계로 보이지만 본질에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인간 사회가 모순적인 것처럼….한반도 문제를 보편가치에 기반해 접근하는 것과 군사주의로 접근하는 것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군사주의로 접근하는 것은 단지 지적인 호기심의 발로에 불과한 것인가? 필자가 한반도 문제를 한반도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보편적 시각에서 접근한 것은 지금도 타당하다고 믿는다. 문제는 보편가치가 당위만이 아니라 그 반대의 현실이 엄존한다는 데 있다. 보편가치가 하나만이 아니라는 점도 중대한 고려사항이다. 한반도 문제를 보편적 시각에서 접근함은 민족, 국가, 이념의 틀로 접근할 때의 장단점을 드러내주면서 결국 둘을 상호보완적으로 엮어줄 수 있다. 동시에 필자는 평화학의 시각에서 한반도 문제를 탐구하면서 필자의 연구 시각과 접근 방법에 오류를 발견하였다. 그 오류란 평화학의 시선이 규범적 접근이라는 생각, 그 생각은 무의식적인 듯하였는데 객관적인 자세를 잃어가는 현상을 초래하였다. 규범적 접근을 평화학의 특징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지만, 평화학이 규범적 접근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수년을 지나오면서, 불현듯 평화학의 온전한 이름은 ‘평화 · 분쟁연구’임이 떠올랐다. 폭력과 분쟁이 없다면, 그 비인간성과 반생명성이 없는데 왜 평화학이 필요한가 하는 자성이 일어난 것이다. 군사주의, 군사화에 더욱 관심을 갖고 공부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면서 10여 년이 지나왔다. 이것이 이 책을 출간한 변명이기도 하다. 다만, 이런 지적 편력은 한반도에서 평화를 궁리하는 학생의 고민이자 평화연구의 보편성과 특수성이 조우하는 한 단면이 아닌가 생각해본다.군사주의를 광의로 접근하는 이 책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사회와 한반도의 군사주의를 예외적 현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한반도는 다른 몇몇 나라와 함께 전형적인 군사주의의 예로 간주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학계와 언론에서 군사주의는 무관심을 받아왔을까 하고 의문이 든다. 그만큼 군사주의는 우리 안에 오래전부터 들어와 있고 의문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익숙하고 자연스러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위 질문에 답을 구해보자면 분단, 북한에 대한 이중적 의식, 즉 흡수통일의 대상이자 공존의 대상으로서 북한, 그 연장선상에서 세계와 호흡하며 민주주의와 평화주의, 생태주의를 사유하고 실천하기 힘든 복합적 폭력 구조가 한국사회와 한반도에 작동해온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 구조에 군사주의가 권위주의, 식민주의, 민족주의 등과 동거해왔다고 보는 것이다.이 책을 출간하지만 그 기쁨보다도 세계 도처에서 전쟁이 진행되고 한반도에서도 긴장이 높은 현실에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전쟁과 폭력이 인간사의 필요악인지는 모른다. 그런 전제 위에 서 있는지 몰라도 전쟁법과 국제인도법으로 전쟁을 제한하는 노력 또한 인간이 추구하는 바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접경지역과 가자지구 일대에서 벌어지는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는 군사주의를 자연스러운 인간 문화의 하나로 치부하기에는 심각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국가 차원에서 보자면, 국민의 생명과 복리와 직결되는 정책을 국민의 의사를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소수 권력집단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행태와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사고가 바로 군사주의적 현상에 다르지 않다. 군사주의에 관심을 갖고 깨어 있어야 평화는 물론 민주주의도, 생태주의도, 인권 보호도 가능함을 재확인한다. 사람을 죽이는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면서 나 자신과 가족 그리고 자기 국가의 안녕을 추구하는 지독한 모순을 ‘현실주의’로 변명하는 것은 자기 기만이자 위선에 다르지 않다. 군사주의를 오늘까지의 우리를 성찰하고, 공감하고 공존하는 내일을 설계하는 안내자로 소개하고 싶었다. 전쟁의 위험을 안고 있는 한반도는 물론, 전쟁의 영구화를 우려하는 세계시민들과 함께 전쟁과 폭력을 만들어내는 검은 메커니즘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그럴 때 평화와 민주주의 그리고 조화로운 삶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이제 평화로운 학술적 논의의 장은 사라졌다. 이론과 실천이 결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실존적 위기의 시대, 지구촌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 특히 인간의 각성이 절실한 때에 진입한 것이다.감사의 말씀 이 책을 출간하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평화연구와 평화운동을 함께 생각하는 안목을 길러주신 박경서 전 대한민국 인권대사께 깊이 감사드린다. 정년 은퇴하신 지도교수 한국외대 남궁영 교수님의 가르침에도 감사드린다. 김천식 통일연구원장님의 성원과 격려에도 감사드린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의 계속되는 격려는 큰 힘이 되고 있다. 한반도 문제를 평화학의 관점에서 연구하도록 이끌어주신 박명규 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과 연구원에서 함께 공부한 김병로, 김성철, 이동기, 장용석, 송영훈, 정은미, 백지운, 이문영, 김학재, 한모니까, 김태우 교수님들과 가진 학문적 교류가 군사주의를 연구하는 풍부한 밑거름이 되었음을 기억하며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함께 토의하고 자극을 준 박순성, 김재명, 구갑우, 이남주, 이혜정, 이기호, 이경주 교수, 임재성 변호사, 이태호, 박정은, 정욱식 선생께도 감사드린다. 한국국제정치학회, 북한연구학회, 한국정치연구회, 현대북한연구회 그리고 아시아종교평화학회의 많은 선배, 동료 연구자들과 지금껏 이어 오는 우정과 격려도 잊을 수 없다. 평소 평화연구를 하며 지적인 연대를 이어가고 있는 이찬수, 원영상, 이성용, 허지영, 강혁민, 차승주, 박홍서 교수의 지지에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근무하고 있는 통일연구원의 동료 연구자들의 격려에도 감사드린다. 융복합 평화연구의 당위와 어려움을 공감하고 필자의 연구를 지지해주고 있는 황수환, 최규빈, 장철운, 나용우, 이용재 박사와도 출간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 통일연구원 자료실의 박청문 선생님의 호의에도 감사드린다. 용혜민, 김현주 연구원은 바쁜 가운데서도 명랑하게 참고문헌을 정리해주고 표지를 만드는 데 도움말을 주었다. 어려운 출판계 여건에도 불구하고 필자를 믿고 출간을 결정해주신 박영사 안종만 회장님, 안상준 대표님과 출간에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김한유 과장님, 사윤지 선생님에게도 감사드린다.군사주의와 민주주의를 함께 연구하고 이 책의 일부를 함께 구성해준 김진주 석사에게도 고마움을 전하며 장래 학자로서 장성할 것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이 책의 제Ⅲ~Ⅳ부의 일부는 민주화기념사업회가 주관한 ‘2023년 학술논문공모’ 사업에 채택된 두 사람의 논문, ‘복합 군사화와 민주주의에의 함의’에 소개되었음을 밝혀둔다. 물론 군사주의 관련 내용은 필자가 집필하였다. 마지막으로 함께 살고 공부하면서 필자를 위해 기도하고 지지해주는 이나미 교수에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나미의 희생과 건설적인 토론이 이어지지 않았다면 필자가 지금까지 공부하기 힘들었을 것이 분명하다.분쟁으로 세상을 떠난 이들과 지금도 분쟁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뭇 생명들에게 하느님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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